죽기 살기 산에 가기

도락산

불고옹 2021. 11. 30. 11:45

도락산 최단코스(最短코스) 최난코스(最難코스)

 

20211128일 일요일

설난향님, 씨밀레님과

나의 아흔세 번째 명산 순례

 

산행의 참뜻이나 즐거움은 뒷전이고 오로지 정상에서 인증사진을 찍기 위한 좀 얌체 같은 산행만 쫓다가 된통 혼이 난 산행이었다.

내궁기 마을에서 시작하는 최단코스는 정상까지 1.7km이니 내 걸음으로도 3시간 정도면 다녀올 것 같아 느긋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곧이어 시작된 바위 타기는 정상까지 이어진다. 엉성하게 설치된 쇠밧줄에 매달리고 그나마도 없는 곳은 네 발로 납작 붙어서 오른다. 오죽했으면 올라갔던 사람이 기다렸다가 손을 잡아줄까? 녹슨 철계단을 오르면서 이제 좀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다, 고난은 내궁기 삼거리까지 이어진다.

그래도 가쁜 숨을 고르며 내려다본 계곡이나, 둘러 본 산줄기가 좋아서 위안으로 삼고 멋지게 휘어진 소나무 배경으로 사진도 찍는다.

이 다리가 없을 때는 어떻게 여기를 건넜을까?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구름다리를 건너, 나의 아흔세 번째 명산 도락산 정상에 올랐다. 2시간 20분이나 걸렸다.

청명한 가을 날씨에 멀리 산들이 가까이 보이는 조망을 즐기고 나니 하산 길이 걱정이다. 젊은 사람들이야 잘도 내려가지만, 평균연령이 75세인 우리는 안전을 위해서 상선암로 내려가기로 했다.

형봉, 채운봉, 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결코 쉬운 코스가 아니다.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나 다만 어려운 곳에 계단이나 난간 같은 시설이 잘 되어있어 안전하다는 것이다. 오르막에 약한 나는 새로운 산을 등산하는 것으로 12산 아니 3산을 하는 것 같이 힘들다.

 

채운봉 코스로 내려오면서 도락산이 명산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산행 내내 확 트인 조망, 오르고 내려가고 또 오르는 암릉들, 심심찮게 보이는 기암괴석, 분재같이 아름다운 나무들, 모두가 진정한 산꾼들이 좋아하는 것들이다.

하산 길 3.5km3시간 걸려서 드디어 상선암 마을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진짜 난감하다. 내 차가 주차된 내궁기 마을까지 어떻게 갈 것인가? 고민이다. 적당한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식당 주인에게 부탁해 볼 생각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식당이 모두 문을 닫았다. 단양에서 택시를 부를까 하는데 천사가 나타났다. 어떤 젊은 분의 도움을 받아 내궁기 마을까지 가서 차를 가져올 수 있었다.

가는 길에 명산 이야기가 나와, 내가 나이 팔십인데 몇 개 안 남은 명산을 완등하기 위해서 산행을 계속한다고 했더니, 놀라면서 더욱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내려서 사례를 하려고 했더니 극구 사양하며 오는 길을 선도까지 해 주었다.

정말 고마운 사람을 만나 도락산 산행이 더욱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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