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오봉산
2018. 06. 16.
할멈과 둘이서
명산 산행 여든여덟 번째
심심해하는 할멈을 같이 나오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새벽에 출발해서 오봉산 주차장에 도착하니 8시30분이다.
여기서부터 청평사 까지 2km라 하니 할멈이 걸어가기는 무리일 것 같아
무작정 차를 몰고 청평사로 올라가니 매표소에서 못 가게 한다.
보행이 불편한 할머니가 있다고 양해를 구하고
할멈을 절에 내려놓고 나는 주차장으로 내려와 주차를 하고
혼자서 걸어 다시 청평사에 가니 9시 40분이 되었다.
대웅전 앞뜰에서할멈 사진 한 장 찍어주고
극락보전 옆에서 시작되는 오봉산 암릉코스를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까지 가파른 바위타기가 계속되지만
로푸가 잘 메어져 위험하지도 않고
젊은 사람에게는 1시간 남직 걸리는 그리 길지도 않아
암릉산행을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코스다.
그렇지만 늙은이가 타기에는 무리여서 다시 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멀리 소양호가 보인다.
촛대바위가 있는 이 일대가 천단으로 추정된다.
예정보다 30분이나 지체되어 홈통바위에 오니
배후령에서 출발한 산악회 팀이 줄지어 내려와
발도 제대로 딛지 못하고 바위에 붙어 다 내려오기를 한참 기다렸다.
이때 할멈 전화로 어떤 남자가 전화를 해서
핸드폰을 주었는데 빨리 와서 받아 가란다.
가까운 산장에 맏겨 놓으면 하산 길에 찾아가겠다고 했는데
핸드폰도 없이 답답해 할 할멈을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 졌다.
거의 달진 상태로 정상에 오니 사진 찍을 사람이 줄지어 있다.
나도 배후령에서 출발해서 쉽게 올 걸 후회가 됐다.
3봉인 청솔바위
정상에서 3봉까지는 급경사 암릉이고
3봉부터 배후령 삼거리까지는 평탄한 육산이었다.
여기에서 경운산, 785봉, 끝봉을 거쳐 청평사로 내려가야 하는데
시간은 이미 오후 2시가 넘었고 몸은 탈진하여
도저히 경운산을 갈 수 없었다.
지도에 점선 표시된 코스만 믿고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1봉에서 계곡으로 무작정 내려갔다.
낙엽에 미끄러지고 바위에 메달리고 하면서
1시간 반을 내려오니 정상에서 내려오는 완경사 길을 만났다.
등산로가 없는 계곡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도 그만 해야지
이러다 큰 일 한번 치룰 것 같다.
눈 빠지게 기다릴 할멈을 생각하며
점심도 못 먹고 쉬지도 씻지도 못하고
핸드폰을 찾아 차에 갔는데 할멈이 없다.
배낭을 차에 두고 다시 찾아 나서 한 바퀴를 돌아오는데
카페에서 느긋하게 앉아 있다.
“전화기 빌려서 영감한테 전화 한 통 하지!” 했더니
“갑자기 전화번호 생각이 않나.” 한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춘천 오봉산 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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