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망매가(祭亡妹歌)
책상을 정리하다 발견한 것인데
지난해 연말에 세상을 등진 누이가 준 카드다.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밥맛 돋우라고 간장게장을 사들고 갔더니
고마워하면서 내민 상품권 속에 끼어 있던 것이다.
그 이후로 일 여년 간
죽음으로 가는 길에서
그녀가 우리들에게 보여준 삶은 경이로운 것이었다.
하루같이 그가 좋아하는 사람들,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맛있는 것을 먹고
평소 같이 웃고 떠들고 수다를 떨었다.
날로 초췌해 가는 겉모습만 아니라면
누가 아픈 사람이고 누가 문병 온 사람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렇게 웃어 다른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는 죽으면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조의금 사절로
감사하는 마음을 표했고
육신은 화장하여 산골 함으로서
이세상과 깨끗이 작별했다.
친구 같은 누이가 그렇게 떠난 지 벌써 백일이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
훨훨 날아다니다 우리 곁을 스치겠지만
남은 우리들은
그의 개성 넘치는 모습을 다시 볼 수도 없고
재치 있는 수다도 다시 들을 수 없어
이를 슬퍼하고 그리워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그를 잊지 못하고
그를 그리워 할 것이다.
2016. 4. 2.
오연준 & 박예음 천개의 바람이 되어
http://tvcast.naver.com/v/793815
-〈제망매가 祭亡妹歌〉
- 작자 월명사
생몰년 미상. 신라 경덕왕 때의 승려·향가작가.
그가 지은 향가 작품 〈제망매가 祭亡妹歌〉와 〈도솔가 兜率歌〉가 ≪삼국유사≫에 전한다.
〈제망매가〉는 죽은 누이를 위하여 지은 것으로,
누이의 재(齋)를 올릴 때 이 향가를 지어 불렀더니,
돌연 바람이 일어 누이의 저승길 노자로 바친 지전(紙錢)을 날려
서쪽으로 사라지게 하였다고 한다.
生死路隱 此矣 有阿米 次層伊遣
吾隱去內如辭叱都 毛如云遣去內尼叱古
於內秋察早隱風未 此矣彼矣浮良落尸葉如
一等隱枝良出古 去如隱處毛冬乎丁
阿也 彌陀刹良逢乎吾 道修良待是古如
죽고 사는 길 예 있으매 저히고
나는 간다 말도 못다 하고 가는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 저에
떨어질 잎다이 한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누나
아으 미타찰(彌陀刹)에서 만날 내 도닦아 기다리리다.(양주동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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