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아가는 이야기

간병후기

불고옹 2014. 3. 3. 11:38

간병후기

 

 

 

흔히 환자보다 간병하는 사람이 더 힘들다고 말하는데

이번에 우리 집 할멈 간병하면서 내가 실감했다.

 

처음에는 별것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하더니

한 달이 지나서는 연세도 있고 하니 수술하는 것이 뒤탈이 없겠다고 한다.

전신마취 수술로 결정이 나니 이때부터 수술 사전 준비로 분주해졌다.

 

혈액검사, 소변검사는 기본이고

심장세터에서 심전도 재고, 호흡기 센터에서 폐 기능 검사를 한다.

마취과에 갔더니 지주막하출혈의 병력이 있으니 뇌신경과에 협진을 보낸다.

뇌신경과에서는 머리 CT 촬영을 하더니 머릿속에 뇌동맥류가 보인다고

급기야 2박3일 입원해서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한다.

 

이러한 검사가 2~3일 사이에 일사천리로 진행되면 좋으련만

하루에 한두 가지씩 10여일에 걸쳐서 예약하고 기다리고 하면서 검사하니

대전에서 서울 까지 출퇴근하다 지쳐서

딸네 집에서, 큰집에서 그러다 모텔까지 동가숙서가식 하는 신세다.

검사하는데 지쳐서 정작 수술하러 입원할 때가 되니

파김치가 다 되었다.

 

4박 5일 수술하러 입원을 하고 첫날은 무사히 넘어갔는데

수술 날에는 그만 탈이 나고 말았다.

원래 과민성 대장염을 앓고 있는데 스트레스 때문인지 음식 때문인지

이틀 동안 지독한 장염에 시달렸다.

 

직장에 다니는 아이들 고생 시키지 않으려고

엄마 간병은 아빠가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 쳐놓고

결국은 낮에는 딸아이가 휴가내고 엄마 돌보고

밤에는 아들 녀석이 병원에서 자고 아침에 출근을 한다.

나는 모텔과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면서 애들 걱정만 가중시켰다.

 

환자는 수술도 잘 되고 회복도 빨라서 살림을 하는데

나는 퇴원해서 3일 동안 내쳐 잠만 잤다.

몸은 회복되어도 머릿속은 여전히 어지러워

잡문도 써지지 않는다.

 

처음 병원에 갔을 때는 죽을병이 아니라는데도 겁을 먹었는데

우리 늙은이 에게는 이런 일이, 아니 이보다 더한 일들이 곧 닥칠 것이니

피할 수 없는 일이니 담담히 받아드리자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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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