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 한계령에서 시작하다.
2014. 10. 14. 화
한계령에 내리면 곧 바로 들목으로 서두르지 말고
우선 휴게소 뒷산에 암봉도 올려다보고
아침 햇살에 빛나는 칠형제봉도 보고
구비구비 돌아가는 그림 같은 고갯길도 둘러보자.
계단을 올라 들목에 들어서면
이제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숲도 보고
귀때기청 가는길에 오징어 바위도 보자.
서북능선에 오르면 이제 힘들 것도 급할 것도 없다.
가다가 뒤돌아 보면 멀리는 가리봉이 보이고
가까이는 귀때기청의 지겨운 너덜길도 보인다.
오른 쪽에는 방금 지나 온 뾰쪽뾰쪽한 봉우리가 보이고
왼쪽에는 그 유명한 용아장성이 누워있다.
베낭 하나 가득 찬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어
끝청 오르는 길은 숨이 차서 발걸음이 더욱 무겁다.
이제 공룡능선이 가까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먼데 산들이 아득하다.
끝청에 오르니 용아장성이 발 아래 보이고
공룡능선 넘어 백두대간이 북으로뻗있다.
중청을 돌아가니 저무는 해에 대청능선 그림자가 선명하고
그 아래 오늘 밤을 신세 질 중청대피소가 보인다.
대피소의 밤은 왁자지걸 시끌벅쩍하다.
이미 꽉 차버린 취사장 한 구퉁이를 비집고 앉아
삽겹살을 굽고 소주잔을 기울이니
그맛은 감히 어느 맛집에 비교하랴
한사람 어께나비 만큼 배정된 잠자리는
맘 놓고 돌아 눕지도 못하지만
다들 산행의 피곤함에 쿨쿨 잘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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