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살기 산에 가기

8월 산행이야기

불고옹 2012. 8. 27. 14:05

8월 산행이야기

 

 

8월 11일 토.

계룡산 장군봉

 

오늘은 일진이 사나운 날이다.

장군봉을 가려면 동학사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박정자 삼거리에서 내려야 하는데

대전시 경계를 지나면 활증료를 받기 위하여 뒷문을 폐쇄하고 앞문으로만 내린다.

그걸 모른 나는 뒤늦게 콩나물 시루 같은 버스 속을 뚫고 나오너라 욕되게 먹었다.

버스 뒷문으로 내린다고 욕을 하니 나는 참 황당하다.

게다가 산행들목을 못찾아 땡볕에 1시간을 알바하고 나니 산에 오르기도 전에 기진 맥진이다.

겨우 산 중턱에 오니 완전히 탈진되어  산행을 포기하고 점심을 먹었다.

나는 확실히 탄수화물 중독증이다.

밥을 먹으니 정신이 좀 들어 장군봉 까지 억지로 올라갔다.

원래는 장군봉에서 마루금을 따라 남매탑까지 종주하고 동학사에서 버스를 탈 예정이었으나

오늘은 그만 포기하고 이 셀카 한장 찍고 하산했다. 

 

 

 

8월 18일 토.

계룡산 상신계곡

 

할멈과 같이가는 날이다.

어디가 좋을까 궁리하다가 동학사 뒷쪽 상신계곡으로 정했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할멈은 자리 깔고 기다리라 하고

나는 부지런히 걸어 금잔디 고개까지 갈 요량이었는데

그만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화급히 내려와 할멈과 우산 속 데이트를 했다.

 

 

 

8월 25일 토.

용문산

 

여주 처가에 온 김에 그동안 벼루던 용문산을 가기로 했다.

가을 장마가 어제 밤 까지도 이어 졌는데 아침에는 그쳐서 다행이다.

나는 용문산이 그렇게 험한 줄 몰랐다.

미리 알았다면 못왔을 것이다.

높기도 높지만 길이 험했다.

거짓말 좀 보태면 산행 내내 발바닥은 평평하게 딛어 보지를 못 했다.

삐쭉뾰쭉, 울퉁불퉁 돌멩이 천지라 싫어하던 계단이 더 반가웠다.

날씨는 잔뜩 찌부려 구름 속을 헤매니 앞도 잘 안보이고

옷은 젖어 몸에 감긴다.

설상가상 하산할 때는 마당바위에서 부터 비가 쏟아져

비옷을 뒤집어 쓰고 내려 오니 악전 고투다.

일주문 들어설 때 9시 반이었는데 나설 때 시간을 보니 오후 5시다.

7시간 반이 걸렸다.

살아서 돌아 온 것이 천만다행인 산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