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할멈 만인산 나들이
2012. 06. 16. 토요일
“이번 주말에 산에 같이 갈레”
“좋지”
대전 와서 더 심심해진 할멈이 반색을 한다.
“도시락 반찬은 뭐가 좋지? 과일은? 물은 얼려가야지”
소풍날 받아 놓은 초등학생 같이 들떠 있다.
버스를 갈아타고 만인산 휴게소에 도착하니 벌써 11시가 지났다.
베랑 멘 등산객은 별로 없고
유모차를 끄는 젊은 엄마 아빠
그리고 노부모를 모시고 온 가족들 심지어는 휠체어까지
등산객으로 북적데는 서울근교와는 달리
어쩐지 분위기가 썰렁하다.
가볍게 나드리 나오는 삼림욕장인가 보다.
할멈은 산책로 따라가고
나는 등산로 따라가다 적당한 곳에서 만나
점심을 먹을 요량이었는데
안내판이 낡고 지워져서 알 수가 없다.
12시가 다되어가고 낭패다.
적당한 곳에서 점심 먹고 계획을 다시 짜야겠다 하고
무작정 데크로 되어 있는 산책로를 따라 출발했다.
오늘은 싫으나 좋으나 할멈이 모델이다.
여기는 아마 추부터널이 뚫리기 전의 옛 고갯길인가 보다.
청소년 수련원에 오니 제법 잘 보이는 산행안내판이 있다.
산마루에 있는 전망대에서 점심을 먹고
나는 동쪽 정기봉을 갔다가 다시 내려와 만인산으로--
할멈은 산책로를 따라 가서 만인루에서 랑데부하기로 했다.
전망대 올라가는 길이 약간 가파르다고 할멈이 힘들어 한다.
전망대라기보다는 밧줄타기 수련 설비이다.
할멈이 준비한 도시락인데
위쪽으로 보이는 것이 오늘의 하이라이트 냉국이다.
너무 얼려서 얼음 목침이 되었길레
가지고 가도 녹지 않는다고 빼놨더니
애써 만든 것인데 안 가져간다고 볼 멘 소리를 하여
다시 베랑에 넣은 것인데 역시나 아직도 얼음덩이 그대로다.
산악회 따라 갈 때는 베랑 무거워 내 도시락도 안 가져가는데
할멈하고 갈 때는 내가 마당쇠일 수밖에 없다.
할멈과 헤어져 단독으로 오른 정기봉이다.
마침 아줌마 한 팀이 왁자지껄 점심을 먹고 있어 인증샷을 부탁했다.
마루금 따라 만인산을 가는데
왼쪽으로 태조 이성계의 태실이 보인다.
이성계가 태어 날 때는 임금이 될 줄 몰랐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태실을 꾸미고 태를 보관 했을까하고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태실 옆 협곡(?)에 걸린 외줄 다리인데
이 아슬아슬한(?) 다리를 내가 건넜는데
단독산행이라 인증샷이 없다.
아쉽다. 하하
드디어 만인산 정상이다.
아무도 없어 인증샷은 할 수 없이 셀카로--
아니 벌써
할멈이 만인루에 도착했다고 전화다.
정상에서 불과 500미터 아래라
만인루 까지 오지 못하고 그 아래에서 만날 줄 알았는데
오늘은 할멈도 죽기 살기인가 보다.
서둘러 내려오니 반갑게 손을 흔든다.
만인루는 만인산에서 유일하게 전망이 트인 곳에 세워진 누각이다.
멀리 보이는 것이 서대산인가본데
언젠가는 내가 가야 할 산이다.
만인루 까지 올라온 것을 기념하여
애들 같이 다정한 셀카 한 컷
포장도로로 하산하는데 지루하다.
낙엽송인가 제법 울창하고
다 내려오니 사방댐도 있다.
할멈이 힘들다고 불평하지 않아 다행이다.
이러다가 내 산행 때마다 따라나선다고 하여
발목 잡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