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용산 그리고 나의 누나
“부용산”을 즐겨 부르던 해림이 누나는
노랫말 같이 안타가운 삶을 살다 갔다.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에 그의 마음은 너무 여렸고
이 혼돈의 세상을 살아가기에 그의 영혼은 너무 순결해서
스무 해도 안 되는 짧은 인생을 스스로 마감했다.
자식을 앞세워 절통해 하시던 아버님도 가시고
결코 잊지 못하겠다던 나도 사는 것이 바빠
그렇게 잊었던 누나인데
다시 불리운 “부용산”을 듣는 순간
50년이 지났는데도 가슴이 아려온다.
이제 이후로 누가 누나를 기억해 줄 것인가?
“부용산” 노랫말은
박기동 시인이 스물네 살의 아까운 나이에 병사한 누이를 기리는 제망매가인데
항도여중에 재직 시 수재였던 학생 김정희가 요절하여 모두 애통해 하였는데
음악교사 안성현이 곡을 붙이고 상급생 배금순이 노래를 불렀는데
입에서 입으로 퍼져 널리 유행하게 되었다.
(다음 블로그 “뜨거운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에서 발췌)
그 시절에 누나는 항도여중을 다녔고
어린 나도 따라 불러 저절로 이 노래를 배우게 되었다.
작곡자 안성현이 월북하였고
노래의 애잔한 때문에 빨치산들이 즐겨 불렀다 하여
한동안 금기시 되어 잊혔는데
1998년경 다시 발굴되어 여러 아티스트들이 취입했다.
부용산
박기동 시/안성현 곡
부용산 오리 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 사이사이로
회오리 바람 타고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어 지고
부용산 봉우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그리움 강이되어
내 가슴 맴돌아 흐르고
재를 넘는 석양은
저만치 홀로 섰네
백합일시 그 향기롭던
너의 꿈은 간데 없고
돌아서지 못한 채
나 외로이 예 서있으니
부용산 저 멀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한영애 노래
국소남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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