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구봉산
2013. 11. 16. 토.
진안 구봉산은 연전에 느림보산악회에서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는 위험하다하여 포기했었다.
얼마 전 어느 분의 산행기를 보니 6살 꼬마도 거뜬히 완주하였기에
나도 용기를 내서 오늘 도전해 보기로 했다.
산행지도상의 거리나 산행시간은 요즘 내 산행기록으로 보아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는데
결과는 너무 힘들었다.
정상까지 2시간 20분 걸린다는 것을 무려 5시간 걸렸다.
새벽에 집을 나섰는데 안개가 자욱하여
새벽 드라이브의 산뜻한 즐거움은 없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7시40분인데
안개 속의 가로수 을씨년스럽다.
아침 공기가 제법 쌀쌀하여 들목에 들어서니
이내 숨이 가프고 흉통이 느껴진다.
그러나 몸에 땀이 나기 시작하니 통증이 사라진다.
전망바위에 오니
아침햇살에 오늘 내가 가야할 봉우리들이 빛난다.
제1봉의 소나무가 눈길을 끌고
오늘 처음으로 등산객을 만났다.
운장산 까지 종주한다는 젊은이로
바쁜 발길에도 인증사진을 찍어주고 간다.
1봉에서 내려다 본 용담호에 운해가 환상적이다.
오늘 산행은 이 한 폭의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아침햇살과 안개가 몽환적인 한 폭의 수묵화를 그리고 있다.
제2봉 이고
제3봉이며
제3봉에서 바라본 운해에 덮힌 용담호
제4봉은 길도 없는데 어렵게 올라갔더니 공사중이라 정상석이 없다.
아마 전망대를 짓고 있나 보다.
제5봉에서는 보령에서 혼자 왔다는 여성 등산객을 만나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앞으로도 동행하며 사진을 찍어 주기로 했는데
제6봉에서는 기다렸다 이사진을 찍어 주었다.
제7봉 올라가는 길은 이렇게 계단을 공사 중이고
아마도 7봉과 8봉은 구름다리로 연결할 모양이다.
산허리로 우회로를 따라가니
제8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제8봉을 가려면 역산행으로 올라갔다 다시 내려와야 하는데
난 모르고 지나쳐 전망바위로 올라섰다.
전망 바위에서 지나온 봉우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먼저 간 보령 아줌마가 제8봉을 올라갔다 온다고 나타나 반가웠다.
이 이후로는 내 발길이 너무 늦어 다시 만나지 못했다.
돛너미재에서 부터 구봉산 정상인 천왕봉 까지는
상상 이상으로 험난했다.
협곡의 끝이 안보이는 이 계단을 오르면 정상이겠지 했는데
산허리를 돌아 전망바위에서도 한참을 더올라가야 했다.
주차장을 출발한지 5시간 만에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걷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많았고
아예 119에 구조요청을 하고 싶기도 했다.
정상에서 칼날 같은 능선을 따라 내려 올 때는
올라 올 때 고통은 싹 잊어버리고
왜 구봉산이 명산인지 실감 난다.
멀리 트인 조망은 가슴이 시원하다.
이 멋진 소나무는 여인들의 사진 찍느라
반질반질해졌다.
바랑재에서 부터 수직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하산길에
불쌍한 내 발가락들이 고생 좀 했다.
다시 출발점에서 바라보니
다녀온 산들이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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