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살기 산에 가기

느림보 사랑 이야기

불고옹 2010. 12. 13. 10:54

 

 

느림보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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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월악산 산행기 보다 먼저 느림보 사랑 이야기를 해야겠다.

내가 느림보산악회를 사랑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를 받아주는 산악회가 느림보 밖에 없으니 내가 산을 가고자 하는 한은 느림보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 말고도 느림보를 사랑하는 사람이 참 많은 것 같다.


지난번에 강대장으로부터 28산악회(?)라는 산에 미친 사람들(나는 마니아를 미친 사람이라 번역한다.)

이야기를 들은바 있었는데 거기의 야생화라는 분이 느림보로 나온다고 해서 누구인지 궁금했었다.

오늘 신고문님 옆에 앉으신 숙녀분이 미모며 패션이며 한눈에 마니아임을 알 수 있어

눈길을 감출 수 없었는데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니 이분이 바로 야생화님이셨다.

여기에서 굳이 야생화님을 들먹이는 것은 그분 미모나  또는 에쉴리랑 사진 한 장 찍어 주었다는 것 때문만이 아니고

그가 서울에서 오셨다는 것 때문이다.

그분 같은 마니아가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서울에 그 많은 산악회 다 나두고 꼭두새벽에 분당까지 오는지?

느림보가 그렇게 좋은지 놀랍다는 것이다.


아침에 정자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등산 차림의 낯선 분이 계신다.

척 보니 체격이나 장비가 전문 산 꾼 같아서 알은 체도 안했다.

나는 초보자가  반갑다. 그래야 산행 중에 동무라도 삼지, 베터랑들은 내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버스 속에서 신입인사를 하는데 이분이 우리 옆 동네 사시는 몰운님이다. 닉네임이 범상치 않다.

이분도 28회원이신 마니아라는데 귀경길에 소감을 말하라니 아침에 나누어 준 전복죽이며

진권님이 화근하게 쏘신 뒤풀이까지 가족 같은 분위기에 흠뻑 젖으셨는지 느림보 칭찬에 침이 마른다.

정말 느림보에는 뭔가 있는 것 같다.


이제 진권님 이야기를 해야겠다. 느림보 영월 지부장(?)이라는 진권님 내외분이 1년 만에 오셨다.

이분이 어디 갈 데가 없어서 오시겠는가? 시간이 남아나서 오시겠는가? 오로지 느림보 회원들을 보기 위해서

먼 길을 운전해 오고 산행 후 피곤한 몸으로 운전해 가는 것을 보면

나 같이 게으른 사람은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렇게 얼굴 보러 와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맛있는 뒤풀이 음식을 모두 준비해 오셨다니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오늘 일행 중에는 생면부지의 사람도 많은데  느림보 따라왔다는 것만으로 그런 사람들 몫까지 모두 챙겨 왔으니

생 자기 앞만 보고 살아온 나 같은 사람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꼭 얻어먹어서가 아니라 그 정성이, 넉넉한 마음씨가 감동이다.

진권님이나 거문도 Kim님은 느림보의 진가를 입증해 주시는 분들이다.


느림보를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무엇이 그리 좋은지? 무엇이 그들을 유혹하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는 산에 대한 강대장의 열정을 첫 번째로 꼽고 싶다.

산행계획 짜야지, 카페에 사진 올리고 일일이 댓글 달지, 회원관리하지, 제일 힘든 후미대장으로 꼴지들 챙겨야지,

사고 나면 뒷수습해야지, 많은 음식 장만해야지 1인 10역도 모자랄 지경이니 일에 대한 열정이 아니면 설명할 수가 없다. 2호차 때문에 작은 몸으로(작다는 것이 강대장 최대 약점일텐데 들추어서 미안!)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할 때는 안쓰럽기 까지 하였다.

버스 한 대만 하면 편할 것 아니냐고 했더니 산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매번 거절할 수가 없다고 하여

나를 고개 숙이게 했다.

언젠가 그런 열정으로 돈을 벌었으면 떼 부자 되었을 거라 하니 웃으며 부정하지 않았다.

열정에 관한 한 그는 작은 박칼린이다.


느림보 사람들은 친절하다. 나 같은 노인네들은 한번 오면 그대로 주저앉는다.

이러다 실버 산악회 되겠다고 걱정했더니 오히려 고문이라고 벼슬도 내린다. 그래서 실버들이 느림보를 사랑한다.

연말이 다가오니 어느 분이 맨 날 입으로만 좋아한다 사랑한다 하지 말고 성의 표시를 하자고 하여 대찬성을 했다.

좋기야 현찰이 좋지! 하하하


나는 한술 더 떠서 일과성 행사로 하지 말고 아예 “느사모”를 만들어

힘이 되는 회원은 몸으로 봉사하고 몸이 안 되는 사람은 돈으로 때우자고 했다.

벌써 뒤쪽에서 내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주책없는 늙은이가 혼자 잘 난체 한다.”느니 “아니 산에 가는데 회비 냈으면 됐지 무슨 소리야” 등등. 

괜히 그런 것 만들면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고 자칫 편 가르기 된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내가 느림보를 사랑하는 마음을 그렇게 표현해 본 것뿐이다. 나는 내 마음 속 “느사모”의 열열회원이다.

나는 느림보를 사랑하고, 강대장을 좋아하고, 느림보 회원 모든 분들에게 많이많이 감사하고 있다.


2010. 1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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