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옹 2005. 10. 21. 20:22
 

 

해 후 (邂逅)

 

아주 오래 전

얼 띤 표정과 촌스러운 몸짓으로

처음 세상에 나온 그에게

그녀는 경이로움이었다.


얼마 후

한동안 

난해한 언어와

현란한 몸짓으로 다가온 그녀는

그에게 두려움이었다.


그 후

반생의 단절된

시간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그녀는 그에게

아련한 아쉬움이었다.


그리고 이제

어느 

조그만 시골 마을의

조그만 역 앞마당의

조그만 은행나무 아래에서

눈가의 잔잔한 주름과

잔잔한 미소로 서 있던 그녀는

그에게 

또 다른 아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