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류봉
영동 월류봉
2022년 7월 5일
느림보 산악회 따라
내가 대전 있을 때 월류봉은 데이트 코스였다.
1시간 남짓 드라이브하고 월류봉 다섯 봉우리를 오르내리면서 손을 잡아 주기도 하고 궁둥이를 밀어주기도 하면 웬만하면 썸을 탈 것이며,
산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월류정에 올라 발아래 흐르는 강물을 보고 무릎 베개를 하고 멀리 산줄기를 보며 달이 흐르는 것을 상상하면 절로 戀心이 생길 것이다.
그때 같이 갈 사람이 없어 못 가고 오늘 느림보 따라 왔는데 끝내 혼자였다.
오늘같이 무더운 날 데이트하자고 꼬셔 왔다면 something은커녕 nothing일 뻔했다.
이 징검다리를 건너자 열탕 지옥의 문이 열렸다.
사다리 같은 계단을 오르는데 땀이 비 오듯 하고 숨이 컥컥 막힌다.
오늘도 꼴찌의 비애를 실감한다. 힘들어 올라왔는데 인증사진을 부탁할 사람이 없다.
셀카를 찍는다고 몇 번 시도 하다 포기하고 합성을 하던지 정상석만 올리기로 작정했다.
뾰쪽한 봉우리에 올라갔으니 내려오는 길도 만만하지가 않다. 다행히 매트를 깔려 있어 무사히 내려와 이 징검다리를 건너 월류봉 산행을 마무리했다.
온열병에 걸렸나? 다른 날 보다 일찍 집에 돌아와 냉탕을 해도 몸의 열기가 식지를 않고,
냉장고 문을 여닫으며 냉수를 마시다 손주 쭈쭈 바를 빨아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
내가 엄살을 피워도 나는 이런 산행을 좋아한다.
누가 내 몸을 비틀어 짜듯이 땀을 흘리고 나면 온몸의 노폐물이 다 빠져나가고 몸속이 새로운 세포로 채워진 것 같다.
몸은 나른해도 기분은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