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
가리왕산
2022년 6월 14일
느림보 산악회
가리왕산 하면 아무래도 내가 뭐에 씨인 것 같다.
늦은 밤에 카페에 들어갔다가 산행지가 가리왕산으로 바뀐 것을 알고
무작정 전화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산행 신청을 했다.
그때부터 산행 지도를 보고 궁리를 하는데, 이번에도 정상 찍기는 힘들 것 같아 살짝 후회되기도 했다.
밤새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새벽에 늙은 할멈도 깨워 놓고 버스를 탔는데 도착지에 내리고 보니 좀 황당했다.
산행지에는 분명 정자 앞 주차장이라고 했는데 59번 국도 장전계곡 입구에서부터 걸어가란다.
여기서부터 발심사까지는 5.3Km, 체력도 시간도 난 가망이 없다.
내가 살 길은 오직 “히치 하이킹(?)”
열심히 일하는 동네 사람에게 태워다 달랬다가 좀 모자란 늙은이 취급이나 당하고
차 소리 나나 두리번거리다가 오늘의 행운을 만났다.
명산 순례하는 노산객(75세 나이에 올해에만 95번째 명산 산행이란다.)의 봉고차를 타고 가는데
날 버리고 먼저 간 우리 회원님들이 양쪽으로 쫙 비켜 주는데 기분이 째졌다.
갈라진 홍해를 건너는 기분이랄까 하하하!!!
10시 20분 발심사 들목에 도착.
그래봤자 30뿐 정도 앞선 것 같다.
동승했던 맨디님의 케어를 받으면서 마항치에 도착하니 11시 10분.
물 한 모금 마시기도 전에 벌써 A팀 선두가 나타난다.
마항치에서 정상까지 3km는 다른 때 같으면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부드러운 마루금인데
어제는 왜 그리 조급했는지? A팀이 하나둘 앞질러 가고
결국은 나 혼자 가는데 빗방울은 떨어지고 하산길이 걱정되어 그랬나 보다.
시간이 1시가 지나니 배도 고프고 당도 떨어질 것 같아
빗속에 쭈그리고 앉아 비상식량으로 가져온 빵을 먹는데 목에 넘어가지가 않는다.
빵 한 조각, 물 한 모금 억지로 배를 채우고 정상에 오니 1시 30분.
정상의 인증샷, 이 한 컷의 사진을 위하여 2년간 노심초사했다.
사실 우중 산행이어서 산행 재미는 하나도 없었다.
4.2km의 장구목이 길을 내려오면서는 미끄러지지 말아야 한다는 일념뿐이었고,
살짝 미끄러진 것을 빼고는 무사히 내려와서 다행이었다.
내려오니 4시 20분, 집합시간에 과히 늦지 않았고 맨 꼴찌가 아니었는 것도 강조하고 싶다.
묵은 숙제를 해결하여 마음이 홀가분하다.
도와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