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옹 2016. 9. 24. 08:41

안동 - 학가산




2016. 09. 20.

느림보 산악회

 

결코 수그러질 것 같지 않던 폭염도

순환하는 절기에는 어쩔 수 없이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다.

미세먼지도 거친 깊고 파란 하늘에

흘러가는 것을 잊은 뭉게구름을 보면

굳이 유명한 산이 아니어도 좋다.

떠날 수만 있다면---

 

안동 예천의 진산이라는 학가산은

이런 날을 만끽할 수 있는 딱 좋은 산이다.

 

마음씨 좋은 마을 아저씨가

자기 차로 천주마을 까지 태워다 주니

내겐 오늘 하루 산행이 여유로워 졌고

강대장은 노인네 한사람 걱정을 덜어

한시름 놓았을 것이다.

 

마당바위를 지나 신선바위에 오르면

전망이 확 트여 멀리 산 그리매가 아득하다.

심심찮게 로프 구간도 있어 바위 타는 재미가 쏠쏠하고

이 근방에 내가 제일 높다는 듯이

봉우리 마다 송신소들이 있다.

 

국사봉에 오르면 그야말로 소박한 정상석이 있다.

그 옆에 배낭을 벗고 앉아 가픈 숨을 고르면

오늘 하루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행복하다.

 

국사봉 바로 옆 봉우리에도

꼭 같은 학가산 정상석이 있는데

앞의 것은 안동 것이고 여기 것은 예천 것이란다.

서로 자기 산이라고 우기는 것이 실소를 짓게 한다.

 

하산 길의 상사바위는 위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니나

아래서 보면 거대한 암벽이다.

전문 알피니스트들의 록클라이밍 연습장 이란다.

 

날목인 느르치에는 학운사가 있는데

새로 짓는 중인지 석상만 있고 절은 없다.

 

멋진 소나무가 있는 곳에서

느림보가 마련한 뒷풀이로

오늘 산행을 마무리했다.

 

나오길 정말 잘했다.




마당바위


신선바위에서 본 전망

로프타기

동학가산성

서학가산성


유선봉에서 본 국사봉

송신탑

정상 인증샷, 보천님이 찍어주셨다.


또 다른 정상석




뒷풀이 장소의 멋진 소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