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산행 - 욕지 연화 섬여행
힐링산행 - 욕지 연화 섬여행
2016. 2. 29. ~ 3. 1. 무박2일
느림보 산악회
요번 겨울은 유독 침울한 계절이었습니다.
동무 같던 누이가 세상을 떠나고
형제 같던 친구가 불치의 병으로 누워버렸고
정초에 걸린 감기로 한 달 넘게 고생한
심난한 계절이었습니다.
아직도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여명 속에 밝아오는 다도해를 바라 볼 때
그동안 혼탁했던 머릿속이 하얗게 탈색되는 것 같았고
섬 사이로 해가 떠오를 땐
머릿속이 빨갛게 물드는 것 같았습니다.
모두들 종주산행을 위하여 야포로 갈 때
나는 홀로 지름길을 따라 마루금에 올랐습니다.
아침햇살에 붉게 물들은 마을과
아직은 조용한 포구가 정겹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나무도 있었습니다.
탁 트인 남해바다를 보면서
고래머리길이라 명명된 해안 도로를 따라
새천년 기념공원 까지 갔습니다.
아쉽게도 수평선에는 가스가 끼어 좋은 사진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 계단을 올라 대기봉으로 갔는데 표지석도 없고
이정표가 대기봉 임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욕지도에서 가장 높다는 천황봉은
군사시설이 있어 정상은 못 가는데
그래도 호기심으로 계단을 올라가보니
표지석은 없고 이런 암각문 안내판이 있네요.
예나 지금이나 이름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민족이어서--
그래도 유동등대를 내려다보는 경치는
애 써 올라 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태고암 길로 해서
배 시간에 늦지 않도록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연화도는 섬이름에서 부터 곳곳에 불교문화가 배어있었습니다.
제일 높은 봉우리는 연화봉이고
거기엔 커다란 아미타불이 있고
산기슭에는 사명대사 토굴도 있었습니다.
욕지도에서는 혼자 다녀서 인증사진도 찍지 못했는데
연화도에서는 관주님이 멋진 사진을 찍어주셨습니다.
뒤에 보이는 곳이 연화도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는 용머리인데
보천님이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겨 주셨습니다.
출렁다리와 용머리 구경을 포기하고
연화사로 해서 하산 했습니다.
연화사는 작은 섬에 비하여 규모가 상당히 큰 사찰이었습니다.
여행에서는 먹는 즐거움도 노칠 수 없는 거지요!
연화도에서 배를 기다리며 먹은 고등어회는
먹어 본 중에 제일 맛있었으며
곁들인 막걸리 한잔에 통영 오는 뱃속에서 내내 꾸벅거렸답니다.
느림보에서 제공한 뒤풀이 메뉴는 도다리 쑥국이었는데
봄내음이 입안 가득한 계절의 진미였습니다.
이제 지난겨울의 우울에서 벗어나
활기찬 일상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느림보 식구들 모두 고맙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