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바위타기
바다에서 바위타기
2012. 09. 16. 일요일
고스락산악회 따라
90차 정기산행지가 학암포 해수욕장이라 할 때 사실 좀 떨떠름했다.
젊은 사람들(뭐 그리 젊지도 않은 중년들이지!)이 늦여름 바닷가에서
질펀하게 놀다 올 모양이구나 생각하니
개밥에 도토리 마냥 이리저리 치이지 않을까
더군다나 태풍이 비를 몰고 온다는 예보도 있고 좀 망설여졌는데
그래도 겨우 두 번째인데 빠지면 그 노인네 그러면 그렇지 하고
아주 빼버릴 것 같아 따라 나섰다.
백사장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산길이 아닌 굴 껍데기가 덕지덕지 붙은
백사장 모퉁이를 돌아갈 때 까지도 별 기대를 안했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귀때기청봉의 너덜길 같기도 하고
속리산 묘봉의 바위 같기도 하고
그야말로 바다에서 바위타기다.
굴 껍데기 때문에 장갑은 필수인데
반장갑보다는 손가락 다 있는 것이 좋다.
오늘 트랙킹의 묘미는 바위와 모래의 조합이다.
거친 바위를 이리저리 건너뛰다 보면
다리가 피곤해질 때쯤이면 백사장이 나온다.
썰물 때 구례포 해수욕장의 백사장은
발이 빠지지도 않고 지친다리를 쉬기에 그만이다.
구례포에서 먼동해안까지 해안 길은 멀고도 험했다.
사진 찍는다고 일행들은 뒤로 처지고
후미는 아예 지름길로 가버린 것 같고
바닷가 바위에 무슨 정해진 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밀물 때라 물이 차는 것도 같고
혼자서 가는 길이 은근히 겁도 나고 그랬다.
드디어 먼동해안에 도착해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오후의 트랙킹은 오전과 전혀 달라
전형적인 오솔길이다.
가다보면 절도 있는데 바닷가 절답게
부처님이 유리창 밖으로 바다를 내다보고 있다.
낮은 산을 두어 번 오르내리고 나니
드디어 유명한 신두리 해안이다.
천연기념물 해안 사구는 잡초에 묻혀있고
갈대가 가을을 알려주고 있다.
백사장은 모래가 유실되어 볼품없고
쓰레기만 널려있다.
리조트 촌에서 뒤풀이 하는 사이 다시 물이 빠지기 시작하니
백사장에 갈매기가 한가롭다.
이번 산행은 바다, 모래, 바위, 그리고 소나무 숲길 까지
트랙킹의 종합세트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바닷가 트랙킹은 햇볕이 쨍쨍 나도 안 되고
춥고 바람 불어도 안 되는데 오늘 날씨는 끝내주었다.
버스를 타고 귀갓길에 오르니 그때부터 비가오기 시작한다.
하늘도 도와준 즐거운 하루였다.
바위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