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사 계곡을 거슬러 관음봉 까지
동학사 계곡을 거슬러 관음봉 까지
폭염이 열흘 넘게 계속되고 있다.
태양이 팽창해서 결국은 지구까지 삼키게 된다더니
수십억 년 후에나 일어 날 일이 벌써 시작된 건가
어쨌든 오늘은 에어컨 밑에서 탈출하기로 했다.
원래는 이곳에서 처음 가입한
고스락 산악회를 따라 도장산에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인원이 차지 않아 취소되는 바람에 또 단독산행이 됐다.
같이 가자면 좋아하던 할멈도 더위에 겁을 먹었는지 싫다며
이 더위에 웬 산이냐며 가지 말라고 은근히 압력이다.
여름산행은 역시 계곡이 최고다.
어디로 갈까 머리를 굴리다가 동학사 계곡으로 결정했다.
가다가 지치면 혼자 알탕이나 하고 와야지-
그동안 계룡산은 몇 번 왔지만
자연성릉이나 남매탑 쪽으로 가서 계곡은 오늘이 처음이다.
동학사 일주문에만 와도 벌써 나무그늘이 짙고 계곡바람이 시원하다.
할멈 따라 왔어도 좋았을 텐데--
대웅전을 지나 나오는 여기 향아교(香牙橋)가 오늘 들머리다.
향료와 상아 아니면 향기 나는 상아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첫 행선지는 은선폭포다.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가다보니
졸졸거리는 계곡물에 꽤 큼지막한 소(沼)가 나타났고
부지런한 산객들은 벌써 알탕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폭포들은 대게 소문은 요란하지만 실제 보면 실망할 때가 많다.
혹시 여기가 은선폭포인가 싶어 물어 보니 다행히 요위로 더 올라가란다.
여기서 부터는 급경사의 돌계단이 시작되고
이내 쌀개봉 안내판이 나온다.
드들방아의 피봇(pivot)을 쌀개라 하는 모양인데
여기서는 제대로 보이지가 않는다.
바로 위에 은선폭포 전망대가 나온다.
은선폭포 아래로는 갈 수가 없고
여기서 폭포가 젤 잘 보이는 곳인가 보다.
신선들이 숨어 놀았다고 은선(隱仙)폭포인가 본데
지금은 은실같아 은선(銀線)폭포가 더 어울릴 것 같다.
어느 산에 가거나 돌탑 쌓는 것이 유행인가보다.
무슨 염원이 그리 많은지-
고목 구멍마다 돌을 쌓았다.
여기서부터 관음봉 고개 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가다 쉬다, 쉬다 가다 가픈 숨에 올라가니
동학사 계곡이 발아래 있다.
관음봉에 올라 우선 인증 샷을 찍고
전망대에 서니 멀리 삼불봉 까지 자연성능이 보인다.
관음봉 삼거리에서 벤취를 하나 차지하고 점심을 먹는데
오늘 도시락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미역냉국이다.
살짝 얼은 냉국은 갈증을 풀어주고 잃어버린 입맛에도 그만이다.
할멈의 정성이 고마운 순간이다.
계곡 타고 불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
벤취를 독차지하고 낮잠을 청하는데
지나는 산꾼들의 눈총이 얼마나 따가운지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계곡물에 발도 씻고 머리도 처박고
한참을 노닥거리다 내려오니
동학사 근처 계곡은 인산인해다.
그렇게 뜨거운 하루가 지나갔다.
2012년 8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