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장 인 사
오늘 이렇게 많은 분들을 모시게 되어 기쁘고 또 젊은 후학들이 많이 오셔서 든든한 마음입니다.
다른 분들도 나와 비슷하리라 생각 됩니다만 나는 처음부터 제지를 하고 싶어서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공무원으로 발령 받은 곳이 국립공업연구소 제지연구실이어서 제지에 입문하게 되었는데 그때가 1966년 말이니까 지금까지 50년을 제지 한길로 살아 온 것입니다.
이제 나도 불유구의 나이 70을 훌쩍 넘기고 나니 내가 살아 온 삶을 되돌아 볼 때 정말 잘 살았는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습니다. 눈 돌아가게 빠르게 변하고 있는 요즘은 핸드폰 모델만 바꾸어도 세계적으로 수천만대가 팔리고, 온라인 게임 하나만 성공시키면 일약 재벌의 대열 올라서는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에 대표적인 굴뚝산업인 제지업계에서, 이제는 사양산업이라고 외면하는 분야에서 평생을 살았다니 살짝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달리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천년의 한지 역사뿐만 아니라 지난 50년의 한국제지 산업 발전은 위대한 것입니다. 세계지도에서 보면 손바닥만 한 한반도에서 변변한 펄프용재하나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 5위의 제지생산국이 되었다는 것은 대단한 업적입니다. 그 대단한 일을 우리가 한 것입니다. 그 역사의 현장에 우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만하면 보람 있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입니다.
제지가 지금은 사양 산업이라고 하더라도 앞으로는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제지술이 개발되면, 종이의 용도도 무한대로 넓혀져 새롭게 각광 받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치킨을 인쇄하면 치킨 맛이 나고 사과를 인쇄하면 사과향이 나는 종이, 얼굴을 문지르기만 해도 주름살이 펴지는 티슈, 붙이고 만 있으면 암세포가 죽어버리는 항암지, 이런 것들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제지기술인으로 한평생 살아오면서 아쉬웠던 점은 제지기술인들의 단합이 잘 되지 않는 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술인들이 잘 모이면 친목도모, 정보교환, 기술공유외에도 수익사업도 가능해 집니다. 기술자들의 지식과 경험을 살려 정부 공공기관이나 제지회사의 용역사업을 할 수 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기술자들이 소극적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업계의 풍토가 그래서 인지 제지기술자들의 모임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몇 번의 실패를 거쳐서 2005년도에 작고하신 김순철 회장님과 권혁용 회장님이 주축이 되어 한국제지기술인협회가 설립되었고 벌써 12년이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원로 기술자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되었기 때문에 세월이 지날수록 참여하는 회원들이 줄어들어 협회가 침체되었습니다. 제가 2대회장을 맡으면서 나름대로 노력을 했습니다만 개선되지가 않았습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임원진들이 모여 개선책을 논의한 결과 젊은 후배들을 많이 초치하여 그들이 협회의 중심축이 되도록 하자고 결론지었습니다. 다행히 조병묵 박사님이 수고 하시어 오늘 후배들이 많이 참여한 가운데 제2의 창립을 하게 되어 든든한 마음입니다. 선배들이 시작한 일을 도와서 후배들에게 넘겨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새로 선출되는 제3대 회장을 중심으로 모두 협력하여 우리협회가 무한대로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2017년 5월 26일
한국제지기술인협회 회장 조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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