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살기 산에 가기

외로운 늙은이 청계산-광교산 종주하다

불고옹 2009. 5. 3. 10:27

외로운 늙은이 청계산-광교산 종주하다



2009년 5월 1일 금요일

햇빛이 따사롭고 바람이 시원한 청명한 날씨


지리산 종주를 계획하면서 체력도 기르고

내 능력을 시험해보기 위하여 지난번에는

불곡산-영장산-남한산성을 10시간이나 걸려 종주했고

오늘은 청계산-광교산 종주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어제 저녁에 만난 백두대간 단독산꾼 원귀상님은

청광종주를 8시간 이내로 해야 지리산 종주 자격을 준다고 한다.

누가 주는 건지는 모르지만?


아침 첫 전철을 타야하는데

우물쭈물하다 6시 넘어서야 집을 나서고

환승역을 지나쳐 다시 되돌아오고

양재역에서 뻐스 쫓아다니다 허둥대고

양재 화물터미날에 도착하니 벌써 7시 30분이다


이른 시간이라 등산객은 보이지 않는다.

메모장에 시간을 입력하고 폰카로 사진을 찍었다.

내 몸하나 이기지 못하면서 카메라 메고 산행하기는 어려울 갓 같아

단독산행의 증명사진은 폰카로 찍기로 했다.

 

 

 


옥녀봉에 도착하니 08시 30분이다.

처음 물 한 모금 마시고 출발했다.


 

 


악명 높은 청계산 계단

원귀상님은 쉬지 말고 단숨에 올라가라고 하나

70 가까운 노인네가 어디 맘대로 되나?

두 번을 쉬고 매봉에 도착하니

09시 30분이다. 2시간에 매봉에 오르다니-

맨 처음 청계산 올 때 힘들었던 것에 비하면

나도 많이 발전했다.

 

 

 

전에 이수봉에서 보니 만경대 바위에 사람들이 있어

개방된 줄 알고 만경대길 바위를 기어 올라가니

앞사람이 여기까지이니 다시 내려가야 한단다.

괜히 시간 만 낭비했다

되돌아와 삼거리에서 왼쪽 석기봉으로 향했다.

산허리를 돌아 시멘트길 군사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헬기장이 나오는데 여기가 아마 석기봉인 모양이다

이정표를 찍고 시계를 보니 10시 30분이다.


 

 

이수봉에는 도착하니 10시 50분이다.

벌써 등산객이 많아 사진 찍기도 어려웠다.

 

 

 

국사봉 가는 길에 이른 점심을 먹었다.

새벽밥을 먹었으니 허기지기 전에 미리 배를 채웠다.

이때 시간이 11시 15분이다.

국사봉에는 11시 50분에 도착했다.

 

 

 

오늘 산행 코스 중 국사봉에서 백운산 아래 고든재까지는 처음가는 길이다.

하오고개로 내려가는 이 길은 초행길이다.

비알을 내려와 능선에 오니 쉼터가 나오고

하오고개를 가로질러 백운산 가는 안내 표지판이 서있다.

12시 05분이었다.

하우현 성당 쪽으로 내려가 고속도로 청계요금소 밑 지하터널을 끼어 가라고 되어있다.

하오고개마루를 무단횡단할 것인가? 표지판대로 우회할 것인가?

망설이다가 어차피 지리산을 위한 훈련인데 하고 힘든 우회로를 택했다.


 

 

등산로를 따라 10여분 내려오다 보니 길을 잘못 잡아

무단횡단 해야 하는 하오고개 마루가 나왔다.

아마도 우회하는 등산객이 적어 등산로가 안보였던 모양이다.

여기서 다시 갈등하다 처음 마음 먹은대로 우회하기로 하고

안양 쪽으로 옛길을 따라 시멘트 길을 터덜거리고 내려오자니

먼지도 나고 덥기도 하고 짜증이 났다.


더욱 한심한 것은 통과해야할 터널에 와보니

공사 중이라 통행금지란다.

의왕시의 표지판을 믿고

여기까지 내려온 등산객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법을 지키는 사람이 손해 보는 세상이 여기에도 있다.


 

 

그냥 집에 갈까하는 유혹을 떨치고

오직 지리산 종주만을 생각하며

이제 나도 용감하게 불법(?)을 감행했다.

통행금지된 터널을 빠져 나오니

알량한 안내 표지판이 또 있고

시간은 12시 55분이다.

 

 

 

여기서 부터는 오르막이다.

안양 천주교 묘원에 와서

참외 반쪽을 먹고 다시 오르니

영심봉이라는 표지가 나왔다.

하오고개와 바라산으로 가는 삼거리다.

하오고개를 무단횡단 했다면 여기로 나오는 모양이다.

지금시간이 13시 50분이니 무려 1시간이상 지체됐다.

젊어서부터 따진다면

내 고지식함 때문에 지체된 시간은 10년도 넘으리라--


 

 

영심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바라산 길이다.

조금 내려가다 다시 오르막을 오르니 정상이 나오고

통나무 벤취도 몇 개있다.

14시 05분이었다.

아예 벤취에 잠시 누워 있다가

광교산 쪽에서 사람이 오길래 일어나

“백운산 오르는 길이 좀 험하지요?” 했더니

“바라산 오르는 길이 된비알이지요”한다.

“아니! 여기가 바라산 정상 아닌가요?”하니

더 가야 한다고 한다.

나중에 보니 여기가 우담산인가 보다.


 

 

바라산재에 내려와 바라산을 보니 까마득했다.

들목에서부터 밧줄을 잡고 흙비탈을 올랐다.

몇 번을 쉬고 몇 번을 후회했는지 모른다.

그냥 고기리로 내려가 집에 갈 것을 하면서-

이것은 등산이 아니고 사생결단이다.

정상에 오르니 15시 30분이었다.

정상에는 변변한 표지석 하나 없고

누가 만들었는지 초라한 안내판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있다가

내가 올라가니 자리를 내주고 떠난다.

등산객이 뜸한 바라산 정상에서 두 번째 도시락을 먹었다.

입맛은 없지만 저혈당이 될까봐 억지로 먹었다.

물병에 식수도 바닥이다.


바라산 오를 때는 너무 힘들어

고든재에서 관음사로 내려가리라 마음 먹었는데

막상 고든재에 내려오니 아직 4시 전이라 하산하기도 아쉬었다.

백운산만 오르면 시루봉 까지는 능선길이니 어려울 것이 없다 싶어

종주산행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쉬면서 가면서 가까스로 백운산 정상에 오르니

17시 10분이었다.

 

 

 

백운산에는 아직 막걸리 장사가 있어

생수 한 병을 2000원에 샀다.

2만원이라 해도 샀겠지마는 1000원이라면 더 복 받을 것을--

청계산부터 왔다고 하니 젊은 부부가 놀란다.

나는 비로소 고생한 보람을 느끼며 은근히 미소 지었다.

광교산 능선 길은 익숙한 길이라

해가 많이 기울었지만 느긋한 마음으로 간다.

광교산 시루봉에 오니 18시 정각이다.

정상에 전에 있던 시루봉 표지석은 없어지고

새로 광교산 표지석이 있었다.

날이 저무니 폰카로 찍은 사진은 선명하지가 않다.

 

 

경기대 보다 수지 만남의 교회를 종주 날목으로 정하고

수지성당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철탑을 지나니 해가 기울어

그만 법륜사 쪽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법륜사 대웅전은 부처님 오신날 연등이 화려했다.

 

 

 

법륜사 입구에 오니 18시 30분이다.

꼬리를 잘라 버렸지만 어쨌든 장장 11시간의

청계산-광교산 종주를 무사히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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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고개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 산행이었고

바라산 오르막부터는 좀 무리여서

과연 지리산 종주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2009.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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